[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여자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지 오늘로 62일째가 됐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기 전 간경화로 인해 고통받았다. 누구보다 든든하고 거인 같았던 아버지는 간경화에 걸린 후 살이 빠지고 초췌해져 날로 왜소해졌다.
간이식밖에 답이 없었던 아버지를 위해 여자는 기꺼이 간을 이식하기로 했다. 스무 살 초반의 여성에게 간이식은 큰 결정이었지만, 아버지만 낫는다면 그에게 흉터와 고통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간 이식 수술이 진행됐다. 수술 직후 한동안은 아버지의 병세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회복도 빨랐고 컨디션도 빠르게 좋아졌다.
그런데 며칠 후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쇼크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급성거부반응'이 원인이었다. 급성거부반응은 기존 신체의 면역 기능이 이식된 새 장기를 거부해 쇼크를 일으키는 증상이다.
"오늘을 못 넘길 것 같다"는 간호사의 전화에 퇴원했던 여자는 병원으로 돌아갔고, 의식을 잃은 채 깨어나지 못 하고 있는 아버지를 그저 바라만 봐야 했다.
고통받던 아버지는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고 A씨는 죄책감에 몸부림쳤다. 자신이 나눠준 장기 때문에 오히려 아버지가 더 고통받다가 떠난 것이라고 생각하니 후회와 죄책감에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그런데 여자를 힘들게 하는 게 또 있었다. 자신의 수술 날과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 그리고 장례식날까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남자친구의 존재였다.
남친은 여자가 힘들어하던 모든 순간에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친구들과 노느라 바빴던 그에게 여자친구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결국 여자는 남친의 번호를 모두 지우고 이별을 선택했다. 아버지의 휴대폰 카카오톡과 연락처 목록에도 남친의 번호는 '즐겨찾기'로 등록돼 있었는데 여자는 이것도 모두 지웠다.
여자는 한순간에 많은 것을 잃게 됐지만 여기서 주저앉을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부끄러움 없는 딸이 되기 위해서 일어서야 했다.
"꼬부랑 할아버지 될 때까지 나 지켜준다고 했던 거 약속 어겼으니까 혼날 준비해! 오늘도 많이 고생했고 사랑해 아빠"
여자는 떠나간 아버지를 생각하며 그렇게 마지막 편지를 남겼다.
해당 글은 지난달 31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게시된 글이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고통 속에서 남자친구로부터 아무런 위로도 받지 못했다는 그의 사연은 많은 누리꾼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5388번_제보 나의 사랑하는 아빠가 떠난지 62일째 아직도 거짓말같다 아직 해지하지못한 아빠의 폰 번호.. 당장이라도 전화걸면 "우리딸" 하며 전화를 받을거같아.. 아빤 간경화로 많이 아파했다 살도 많이...
게시: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2020년 7월 30일 목요일
August 01, 2020 at 04:3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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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장례식날에 연락도 없이 신나게 놀더라”···남친과 이별한 여성이 쓴 서울대 대숲 글 -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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