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서 백신 개발 성과 등 설명
"몇주 안에 취약계층에 백신 공급 가능"
"다음에 어떤 정부 들어설지 알 수 없어"
AP "결정권이 더이상 없을 수 있음을 시사"
트럼프 대통령은 9개월 전 조속한 백신 개발을 위해 정부가 시행한 작전명 '워프 스피드(Warp Speed, 초고속)'가 성과를 거뒀다며 그 결과 효능이 90%에 달하는 백신이 화이자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에 요청이 들어온 상태는 아니지만 "백신이 몇 주 안에 취약계층에 배송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날 회견은 미국 내 하루 확진자 수가 15만 명을 넘으며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를 내놓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번 정부에선 봉쇄 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나중에 공식적으로 부인하긴 했지만, 조 바이든 당선인의 자문단 일각에서 "미국 전체를 4~6주 동안 봉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면서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설지 누가 알겠냐. 시간이 알려줄 것"이라며 "다만 이번 정부는 봉쇄정책을 펴지 않을 거란 점은 말할 수 있다"고 한 대목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AP는 이를 두고 "(코로나19와 관련한) 결정이 더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시인하는 듯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AFP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를 거의 인정할 뻔했다고 했고, dpa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실수를 했다면서도 백악관에 그리 오래 있지 않을 수 있음을 거의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어떤 의도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측근들이 지속적으로 트럼프의 승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본인은 정작 다소 유보적인 발언을 내놓은 셈이 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 국민에게 백신이 보급될 수 있는 시기로 내년 4월을 제시했다. 그러나 AP는 공중보건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두 달 동안 공격적인 조처를 하지 않고, 또 바이든 인수위와 협력을 거부해 정부의 백신 보급 능력을 떨어뜨리면 코로나19 상황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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